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문재인 키즈’ 양향자 광주서을 지역위원장이 ‘김근태계’ 유은혜 의원을 이긴 장면은 달라진 더민주 내 권력지형을 보여줬다. 민주화 세력의 입지는 좁아졌고 온라인을 등에 업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명실상부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더민주 전당대회가 열린 27일 여성위원장 선거 결과는 당대표 투표 못지않게 이목이 집중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양 위원장과 민주화운동의 대부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적자 유 의원의 대결은 그야말로 ‘문심’대 ‘당심’의 격돌이었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른 것은 친문 성향 온라인 권리당원의 ‘몰표’였다. 이들이 노인·여성·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표를 몰아주는 바람에 주류 후보자들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66∼67%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52.38%를 득표해 47.63%를 얻은 양 위원장을 앞섰다. 하지만 권리당원 전화투표에서 33.46%의 득표율에 그쳐 66.54%를 기록한 양 위원장에게 완패했다. 김병관 새 청년위원장과 송현섭 노인위원장도 온라인 권리당원 몰표에 힘입어 권리당원 득표율 67.27%, 67.67%로 당선됐다.
이번 전대 결과는 당의 전통적 주류였던 민주화 세력의 입지가 현격히 축소된 점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비경선에서 ‘86그룹’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됐고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김근태계 유 의원도 낙선했다. 지도부에 남아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그가 임명한 원내대표단 정도다. 지난해 2·8전당대회에서 86그룹의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이 ‘초라한 3등’을 기록한 뒤 지금껏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결국 당 구성원이 변화하면서 당 색깔도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친문 성향의 일반당원이 대거 권리당원으로 승급할 예정이라 당의 중심축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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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설 땅 좁아지는 민주화세력… 양향자, 유은혜 꺾어
입력 2016-08-28 18:08 수정 2016-08-28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