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땅 좁아지는 민주화세력… 양향자, 유은혜 꺾어

입력 2016-08-28 18:08 수정 2016-08-28 21:17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여성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유은혜 후보의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문재인 키즈’ 양향자 광주서을 지역위원장이 ‘김근태계’ 유은혜 의원을 이긴 장면은 달라진 더민주 내 권력지형을 보여줬다. 민주화 세력의 입지는 좁아졌고 온라인을 등에 업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명실상부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더민주 전당대회가 열린 27일 여성위원장 선거 결과는 당대표 투표 못지않게 이목이 집중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양 위원장과 민주화운동의 대부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적자 유 의원의 대결은 그야말로 ‘문심’대 ‘당심’의 격돌이었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른 것은 친문 성향 온라인 권리당원의 ‘몰표’였다. 이들이 노인·여성·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표를 몰아주는 바람에 주류 후보자들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66∼67%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52.38%를 득표해 47.63%를 얻은 양 위원장을 앞섰다. 하지만 권리당원 전화투표에서 33.46%의 득표율에 그쳐 66.54%를 기록한 양 위원장에게 완패했다. 김병관 새 청년위원장과 송현섭 노인위원장도 온라인 권리당원 몰표에 힘입어 권리당원 득표율 67.27%, 67.67%로 당선됐다.

이번 전대 결과는 당의 전통적 주류였던 민주화 세력의 입지가 현격히 축소된 점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비경선에서 ‘86그룹’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됐고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김근태계 유 의원도 낙선했다. 지도부에 남아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그가 임명한 원내대표단 정도다. 지난해 2·8전당대회에서 86그룹의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이 ‘초라한 3등’을 기록한 뒤 지금껏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결국 당 구성원이 변화하면서 당 색깔도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친문 성향의 일반당원이 대거 권리당원으로 승급할 예정이라 당의 중심축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보기]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