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도착한 우리를 용서해주렴. 우리가 발견했을 때 네 숨은 이미 멎어 있었어. 돌무더기에서 너를 꺼내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은 알아줘.”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지진 희생자에 대한 첫 번째 장례식이 치러진 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현의 한 체육관. 구조대원 안드레아가 남긴 편지 한 장이 지울리아 리날도(9)의 주검이 담긴 흰색 관에 놓여있었다.
안드레아는 “아마 지금쯤 하늘에서 천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야. 너는 밤하늘의 별이 돼 빛날 거야. 잘 가렴 지울리아.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BBC에 따르면 구조대가 피체노현 페스카라 델 트론토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16시간 만에 지울리아를 발견했을 때 이미 숨을 거둔 지울리아는 몸을 굽혀 동생 지오르지아(4)를 감싸고 있었다. 덕분에 지오르지아는 심각한 부상 없이 구조될 수 있었다. 구조대원 마시모 카이코는 현지 언론 라레푸블리카에 “지울리아가 공기층을 만든 덕분에 지오르지아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지오반니 데르콜레 주교가 “지울리아가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껴안은 손을 놓지 않았다”며 자매의 사연을 전하자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언니의 장례식이 치러진 이날 지오르지아는 마침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총리는 장례식장에서 희생자를 애도한 뒤 인근 병원에 입원한 지오르지아를 찾아 인형을 생일 선물로 건넸다. 지오르지아는 구조된 이후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4세 동생 살리고 간 9세 소녀… 이탈리아 울렸다
입력 2016-08-28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