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대책에 울상 짓는 중견 건설사

입력 2016-08-29 00:00

지난 25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중견 건설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주택공급 축소 방안의 하나로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 제한을 들고 나오면서 공공택지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를 두고 자체 분양용지를 보유했거나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 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용지 공급 축소와 사업심사 강화가 현실화되면 중소 건설사들은 당장 사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 중소 건설사 임원은 “2014년부터 3년간 신규 택지개발 중단으로 부지가 안 그래도 부족한데 이를 더 줄이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시기 조정도 중소 건설사들엔 부담이다. 현재는 사업계획 승인이 나기 전에 HUG로부터 PF대출 보증을 받아 부지 매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야 PF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의 부지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택지지구 공급이 줄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활성화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중소 건설사엔 진입 장벽이 높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이나 서울의 도시정비사업은 대기업이 대부분 따가기 때문에 중견 건설사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라며 “민간택지나 플랜트·해외 사업 등의 다른 기회가 많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공공택지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는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 간 편차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미분양 우려 지역에 대해서도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도록 하면서 지방 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몰리는 서울·수도권의 경우 청약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서울에서 주로 분양을 진행하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지방 위주로 분양하는 중견 건설사와 주택공급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건자재업체는 피해가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공공택지 사업을 통해 성장해 온 한양, 중흥건설, 호반건설 등은 사업 다각화를 준비 중이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나 토목사업, 도시정비사업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형 건설사의 관심이 덜한 지방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뉴스테이 사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