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안으로 일본과 통화 스와프 논의가 재개된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비한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대(對)일 관계 회복을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도 분석된다.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해주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을 더욱 자극해 우리 외교·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자 통화 스와프 논의를 재개하자고 제안했고 일본이 이에 동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8일 “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급격한 외화 유출에 대비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분간 한국의 외환이 부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기준 3714억 달러 수준이다. 일본과 통화 스와프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5개국과 양자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통화 스와프 논의 재개 결정은 한·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협정을 체결한 뒤 14년간 통화 스와프를 유지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의 필요 때문이었다. 그러다 2012년 들어 일본의 신사참배와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뒤 지난해 2월 스와프가 전면 중단됐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 스와프는 기본적으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지만 국가 간 관계를 상징하는 측면도 강하다”고 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본과 한걸음 가까워지면서 가뜩이나 사드 문제로 냉랭해진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韓·日 통화스와프는 ‘양날의 검’
입력 2016-08-29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