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니 금지? 비키니 야하다고 단속할 땐 언제고…

입력 2016-08-28 18:10 수정 2016-08-28 21:29
이탈리아 경찰이 1957년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비키니 입은 여성에게 벌금을 물리고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 캡처

언제는 너무 많이 노출한다고 규제하더니, 지금 와선 노출을 안 했다고 규제하는 모순이란….

프랑스에서 부르키니(Burkini) 논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부르키니 금지 역시 여성 복장을 끊임없이 규제하려는 남성 중심적 문화의 연장선상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꼬집었다. 부르키니는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전신을 가린 수영복인데, 프랑스 일부 자치단체가 ‘종교 색채를 드러낸다’는 이유로 해변에서의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현재의 보편적인 수영복으로 자리매김한 프랑스산 비키니(bikini) 역시 강력한 ‘금지의 역사’를 겪었다. 비키니는 1946년 7월 5일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드가 파리에서 처음 소개했다. 하지만 당시 노출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모델들이 입기를 거절해 결국 스트립 댄서를 고용해 옷을 입힐 수 있었다.

특히 비키니는 노출이 많아 유럽에선 ‘부도덕한 옷’으로 낙인이 찍혔다. 또 체제를 거부하는 옷이라는 오명도 들었다. 때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다수의 유럽 국가에서 착용이 금지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비키니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만들어져 1960년 전후까지 비키니를 단속했고, 벌금을 물렸다. 노출이 비윤리적이라고 처벌했던 사회가 지금은 노출을 꺼려 부르키니를 입는 이슬람교 여성을 단속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키니 이전에도 인류는 오랜 기간 여성들에게 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런 반면 여성의 신체적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코르셋(허리를 죄는 속옷)이나 버슬(엉덩이 부분이 돌출돼 보이도록 한 19세기 드레스)이 유행한 건 남성들이 요구하는 여성들에 대한 복장문화가 반영된 것이었다.

현대 들어서도 복장 규제는 이어져 왔다. 역사학자인 데이드레 클레멘트 네바다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 다수가 불과 20∼30년 전에 여성들에게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요구했다”면서 “특히 남성 드레스 코드는 딱 4줄인 데 반해 여성은 4쪽이 넘었다”고 말했다.

부르키니가 이슬람교 여성들의 신체 노출을 억압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부르키니 디자이너인 바네사 루렌쇼는 “이슬람교의 억압적 문화 때문에 무슬림 여성들이 평생 수영 한 번 하지 못한다는 충격적 사실을 듣고 디자인에 나섰다”며 “억압 수단이 아닌 그녀들을 해방시켜 주기 위한 옷”이라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