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지도부… 예선엔 득·본선엔 독?

입력 2016-08-28 18:09 수정 2016-08-28 21:16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전대에선 ‘친문재인’ 성향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 지도부를 장악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가 ‘친문(친문재인) 지도부’로 꾸려지면서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득실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대선행(行) 티켓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본선 득점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새로 구성된 지도부는 최고위원 8명 가운데 6명이 친문·범친문 인사로 평가된다. 추미애 새 당대표는 친문계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추 대표 본인도 대선경선불복방지위원회 결성을 공언하는 등 내년 대선에서 2012년의 혼선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해철(인천·경기) 최고위원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근무했다. 문 전 대표가 민정수석이던 2005∼2006년엔 민정비서관을, 문 전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2007년에는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그는 홍영표 박남춘 의원, 노영민 전 의원 등과 친문 핵심 그룹이다.

김영주(서울·제주) 최고위원은 ‘정세균계’로 범친문 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이번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도 친문 그룹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최인호(영남) 최고위원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문 전 대표가 당대표일 때 혁신위원으로 활동했고, 심기준(강원·충청) 최고위원도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양향자(여성) 최고위원과 김병관(청년) 최고위원은 4·13총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했다. 문 전 대표와 경희대 동문인 김춘진(호남) 최고위원과 송현섭(노인) 최고위원도 문 전 대표와 거리감이 없는 편이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 득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새 지도부가 내년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만큼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확실히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특정 계파에 편중된 지도부 구성이 본선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 다른 대선 주자들의 공간이 축소돼 이들을 중심으로 한 원심력이 커지고, 정계개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더민주 의원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드 반대 당론 및 강령 개정 논란에서 봤듯이 당분간 강경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외연 확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친문 지도부’로 호남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기간 중 ‘특정 계파 독식’을 우려하며 비주류에 힘을 실어줬던 김종인 전 대표는 전날 지도부 선출 이후 아무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한 최고위원은 “지난해 계파 갈등으로 얼마나 고생했느냐”며 “이번 전당대회는 안정성 위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라는 당원들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추 대표는 주류 진영의 ‘몰표’를 받았다. 그는 대의원 현장 투표,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과반을 얻었다. 특히 권리당원 ARS(자동응답 방식) 투표에서 61.66%를 얻어 문 전 대표 시절 입당한 ‘온라인 권리당원’의 위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한 당직자는 “당초 주류 표 분산이 예측됐지만 예비경선에서 이종걸 의원의 선전에 놀란 주류 진영이 본선에선 전략적으로 몰표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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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