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 정부가 지난해 2월을 끝으로 중단됐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다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통화 스와프는 경제 위기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양자 간 통화 스와프를 시작해 2011년 10월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지난해 2월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됐다. 당초 이번 회의 의제에 통화 스와프 건은 없었는데 우리 측에서 긴급히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본에 너무 저자세를 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매달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7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713억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은 최근까지도 “한국 쪽에서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검토하지 않겠다”며 한국 쪽에 모든 게 달려 있다는 투로 말해 왔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우리 가계·기업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한·일 간 통화 스와프 등 방어벽을 하나라도 더 쌓는 게 맞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몇 달간 (연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요건들이 강화됐다고 믿는다”고 말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국내외 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으로의 자금 유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신흥국들의 급격한 외화 유출이나 통화가치 하락이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원화의 취약한 국제통화 지위와 100%에 가까운 우리 자본시장 개방도를 감안할 때 37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면 충분하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한·중·일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경분리 원칙은 정치·외교적 마찰 속에서도 최소한의 협력을 지속시켜 동북아 안정을 지키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다.
[사설] 한·일 통화 스와프, 실리가 우선이다
입력 2016-08-2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