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차량을 뒤쫓다가 척추 장애를 입은 택시 운전기사를 ‘의상(義傷)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신의 직무가 아님에도 다른 사람의 신체·재산상 위험을 구하려다 다치거나 숨진 사람을 예우하도록 한 ‘의사상자 예우·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택시기사 이모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상자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2012년 2월 인천 남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 대기하던 중 도로 위에서 승강이를 벌이는 차량 운전자들을 목격했다. 한 운전자가 상대 차량 운전석에 다가가 문을 열려 했지만 상대 차량은 그대로 달아났다. ‘교통사고를 낸 후 뺑소니치는 것’이란 피해 운전자의 설명을 들은 이씨는 도주 차량을 추격했다. 도주 차량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24%의 만취상태였다. 이씨는 도로를 역주행하며 곡예운전을 벌이는 도주 차량을 피하려다 인근 공중전화부스에 충돌해 허리를 다쳤다.
그는 이 사고로 2013년 척추 장애 판정을 받았고 복지부에 의상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의사상자법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추격 행위는 뺑소니 사고 범인을 체포해 피해 운전자의 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였다”며 “의상자 인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음주 뺑소니차 쫓다 부상 택시기사 ‘의상자’ 인정
입력 2016-08-28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