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사망으로 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의 연착륙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룹 정책본부 주도로 주요 계열사에서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행위가 있었고, 그 자금은 최종적으로 총수 일가로 모였다는 게 검찰의 당초 의심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 개시 첫날인 지난 6월 10일 “계열사 간 자산거래 등 배임과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다. 비자금 관련 의혹이 롯데 수사의 본류 중 하나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비밀금고에서 나왔다는 현금 30억원과 금전출납부 등의 존재를 공개했다. 자금관리인들로부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이 계열사에서 매년 300억원대 자금을 받아갔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검찰은 “규모가 너무 크다”며 부외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롯데 측은 “정당한 급여와 배당금”이라고 맞섰다. 이후 검찰이 이 돈에 대해 롯데 측 주장을 깰 만한 범죄 혐의를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원료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에 끼워넣는 수법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파헤쳐 왔다. 하지만 일본 롯데 측의 수사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고,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도 이른바 ‘통행세 비자금’ 의혹을 제외했다. 허 사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향후 수사도 험로가 예상된다. 그나마 롯데건설이 장기간에 걸쳐 비자금 500억원 이상을 조성한 정황을 최근 포착한 것이 비자금 수사 부분의 가시적 성과로 꼽힌다. 다만 이 비자금과 총수 일가의 직접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정책본부와 계열사 관리를 총괄한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부외자금은 결코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는 유서를 남겼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자금 수사의 난기류가 읽힌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수사에서 오너 일가의 ‘비자금 저수지’가 발견됐다고 해서 성공한 수사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수사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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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롯데건설 500억대 정황 포착… 총수일가 연결고리는 못찾아
입력 2016-08-28 17:37 수정 2016-08-28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