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도 이중 운영 금지 위배?

입력 2016-08-29 17:46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8항(일명 ‘1인1개소법’ 또는 ‘이중개설금지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예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분당 분원에 병원장이 엄연히 있음에도 본원 병원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아 어떤 명목으로도 다른 병원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1인1개소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0일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가진 뒤 29일 현재까지 5개월째 심리 중이다. 헌재는 1인1개소법 등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과잉금지 원칙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은 병원 개설자인 A원장이 실질적 운영자인 B원장에게 고용됐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지급 거부 처분을 내린 것이 발단이다. A원장은 즉각 건보공단을 상대로 진료비 지급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법 제4조 제2항과 제33조 제8항에 대해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B원장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행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로 규정하고 있다.

‘1인1개소법’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여러 분원을 개설해 운영하던 네트워크 병·의원이다. ㈜유디 고광욱 대표는 29일 “개설·운영 형태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1인1개소법은 폐기돼야 한다. 공익을 위해 두 개의 분원을 설립·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비영리 의료법인과 대학병원들도 불법 의료기관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조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지금과 같이 1인1개소 병·의원만 개설·운영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운영에 관여하는 서울대병원장은 네트워크 병원 A원장과 같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보험진료비) 지급거부 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