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8월에도 날아왔다… 전기료 누진 ‘폭탄’

입력 2016-08-27 04:05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A씨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8월 전기요금 고지서. 전력 사용량이 783㎾h로 전기요금은 전월(10만8420원)보다 3배가량 많은 33만여원이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7일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총 사용량은 783㎾h, 전기요금은 33만1980원. 누진제 논란 덕에 요금폭탄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A씨는 “100배를 더 썼다면 100배만큼의 요금을 내는 게 상식인데 전기요금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A씨 아내는 임신했고 아이도 있다. 전력은 한 달에 300∼400㎾h를 사용해 왔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6월의 전력 사용량은 454㎾h였다. 지난달부터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간이 길어져 전력 사용량은 700㎾h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용량은 634㎾h였다.

각 가정에 8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7월 한 달, 혹은 이달 초까지 30여일간의 전기요금이다.

경기도 성남의 주부 B씨도 25만9000원(634㎾h)의 고지서를 받았다. 고지서에는 ‘해당 지역의 평균 사용량 대비 전기 사용량이 많다’고 적혀 있었다. 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B씨는 “주택 형태는 물론이고 다가구 가정인지, 어린 자녀나 고령의 노인이 사는 가구인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전기를 많이 썼다고 혼내는 것 같다”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지서에 게시된 ‘7∼9월분 하계 할인을 9월분에 적용해 정산할 것’이라는 글도 위로는 되지 않았다. 할인액은 2만∼3만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전기요금이 적게 나왔다는 가정도 있다. 직장인 C씨의 경우 하루 14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전기요금은 3만원 정도 더 나오는 데 그쳤다. C씨는 “효율이 높은 인버터 에어컨으로 바꾼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누진제 상위 구간에서는 불과 20∼30㎾h 차이로 전기요금이 10만원씩 차이가 난다. 큰돈 들여 효율 좋은 에어컨으로 교체하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검침일이 달라 누진제 영향은 다음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과 유승훈 교수는 24일 “가구 형태나 검침일이 언제냐에 따라 많이 나온 가구도 있고 적게 나온 가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사용량이 한번에 적용되는 가정은 누진제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개월간 같은 양의 전력을 썼다고 해도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누진제 등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