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0) 할머니는 일본이 출연한 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한 정부 발표를 “(위안부 피해) 할매들을 팔아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할머니와 길원옥(88) 할머니는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약 111억원)을 생존 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 피해자 유가족에게 2000만원 지급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김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지급하겠다는 돈은)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라면서 “우리가 지금껏 위로금 받으려고 이랬는가”라고 반문했다. 외교부는 현금 지급 명목을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1000억원을 준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의 원(願)은 일본 정부가 ‘용서해주십시오’라고 공식사과하고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할머니는 정부 대응방식도 강하게 비난했다. 현금 지급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정대협 쉼터를 찾아온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국민의 말은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해서 답답해 죽겠다”고 했다.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생존 위안부 40명 중 29명이 현금 지급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입장을 묻는 김 이사장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돈이 탐나면 그런 말을 하느냐”며 “자기 딸 일이라면 그렇게 말할까”라고 지적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정부 출연금을 받아 위안부 피해자 지원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지난달 출범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대부분과 정대협은 재단 출범에 반대했다. 정대협은 오는 3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김복동 할머니 “日 출연 돈으로 위안부 위로금? 정부는 할매들 팔아먹지 말라”
입력 2016-08-27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