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25일 일상은 평범했다. 주변 누구도 이 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빌딩 26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오전 8시쯤 출근했다가 오후 7시쯤 퇴근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료 검토 등 검찰 출석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들도 26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일대에 모여 이 부회장의 검찰 출석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오후 8시16분쯤 자택인 서울 용산구 L아파트에 정장 차림으로 홀로 걸어 들어갔다. 1시간40분가량을 집에서 머문 이 부회장은 오후 9시56분쯤 지하 1층에 주차돼 있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직접 운전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이 부회장이 초록색 반팔 와이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직접 운전해 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거쳐 25일 오후 10시30분쯤 경기도 양평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중간에 다른 곳을 경유했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전 7시11분 경기도 양평의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이 부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산책로를 지나던 한 주민이 “사람이 죽어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은 비에 젖은 베이지색 반바지에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양평에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30㎜ 정도의 비가 내렸다.
경찰은 반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명함과 신분증, 제네시스 차량 카드키를 발견했고 지문을 조회해 이 부회장임을 확인됐다. 경찰은 30분쯤 뒤 사건 현장으로부터 30m 정도 떨어진 식당 앞 공터에서 이 부회장의 제네시스 EQ900 차량을 발견했다. 차 안에서 직접 손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양평은 이 부회장이 평소 주말마다 찾아와 머리를 식히곤 했던 곳이다. 그의 자살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강건국 가일미술관 관장은 “거의 매주 주말에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아와 산책하며 쉬었다 갔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부인을 위해 이곳에 소박한 집을 짓고 살고 싶어 해 1∼2년 전부터 주변 땅을 보러 다녔다”고 말했다. 5∼6년 전부터 이 부회장과 친구 사이로 지냈다는 강 관장은 “두 달 전에 이 부회장을 본 게 마지막”이라며 “10일 전쯤부터 통화가 안 됐다. 외부 압박감에 평소 자주 찾던 이곳을 마지막 안식처로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양평에 진입한 뒤 변사체로 발견되기까지 8시간30분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주위엔 걸어서 5분 거리에 모텔 등 숙박업소가 4∼5곳 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이 부회장이 근처 숙박업소를 찾았는지 확인 중이다. 이 부회장의 자택에서 수거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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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김판 김연균 기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25일 오후 10시 옷 갈아입고 양평으로… 26일 오전 7시 주민이 시신 발견 신고
입력 2016-08-27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