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구안 실제론 4000억 불과” 채권단 냉랭

입력 2016-08-26 21:03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자구안 내역을 상세히 공개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채권단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이 자구안 이상의 추가 자금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다음주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해운은 전날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 4000억원과 추가로 1000억원 한도 내에서 그룹 계열사의 신규 자금지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원을 출자전환·기한연장하거나 이자율을 조정해 한진해운을 지원하고, 600억원 규모의 해외터미널 채권을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채권단은 불확실성이 커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이 “실효성 있는 자금은 4000억원뿐”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채권단은 당초 한진해운에 내년까지 부족한 자금 중 최소한 7000억원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면서 현금화 가능성을 강조했었다. 자구안 내용 중 이 조건에 맞는 자금은 4000억원뿐이라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한진해운은 나머지 1000억원은 채권단이 먼저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내놓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채권단이 부족 자금을 채워주면 1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행장은 “부족 자금 1조원 기준으로 유상증자 시기가 올 12월 2000억원, 내년 7월 2000억원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올해 부족자금 8000억원 중) 먼저 6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 경기 부진으로 해운업황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부족 자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올 2분기에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이 올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사실상 유상증자분 2000억원에 불과한데 부족 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부실한 자구안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 측도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행을 택할 경우 채권단 관리회사가 된 현대상선과의 합병론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부행장은 “지금 상황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