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心’이 지배한 당권 레이스… 누가 돼도 ‘미완의 승리’

입력 2016-08-27 04:03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발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콜트 노조를 언급하며 ‘강성 노조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 18일 해당 노조에 공개사과 하라고 김 전 대표에 명령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한 달간의 당권 레이스가 27일 대의원 현장투표로 마무리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수권비전 및 정책 제시가 요구됐지만, 결과적으로 친문(친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구도만 남은 당권 경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6일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는 공식 일정을 최소화한 채 ‘결전’을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본격 시작된 당권 경쟁은 ‘문심’으로 시작해 ‘문심’으로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초 당내 비주류 세력이 대거 탈당한 상황에서 주류 인사 상당수의 원내 진입으로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영향력이 커졌다. 또 문 전 대표 시절 추진했던 10만 ‘온라인 당원’ 가운데 3만7000여명이 권리당원 자격을 획득하고, 투표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이른바 친문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막판 당권 경쟁 구도는 ‘1강(추미애) 2중(김상곤·이종걸)’ 대결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지난 5일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된 것처럼 막판 이변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재성 김현 진성준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의 도움을 받은 추 후보 측은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투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다. 문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흔들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이른바 ‘친문 지도부’가 현실화되는 상황이 오히려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라 판단한 친문 진영의 전략적 판단을 기대했다. 선거 기간 내내 반문 마케팅을 펼친 이 후보 측도 주류의 전략적 표 분산에 비주류 결집을 더하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흐름에 대해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한 더민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도, 언론도 한 달 동안 문재인만 언급했으니,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의 영향력만 확인해 준 전당대회가 돼 버렸다”며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본 다른 대선 후보들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퇴임을 하루 앞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한 계파 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냐는 것이 보편적 상황”이라며 “한 세력이 지나치게 주도하면 균형을 잡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세 후보는 모두 공식일정을 최소화하고 대의원 표심 잡기에 ‘올인’했다. 이 후보와 추 후보는 전당대회 전야제 행사에만 참석했고, 김 후보는 오전 경기도의회 더민주 의원총회에만 모습을 내비쳤다. 나머지 시간은 현장연설 준비와 전체 선거인단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과의 접촉면 늘리기에 투입했다.

한편 조국 서울대 교수 등 교수 71명은 이날 김 후보 지지 성명을 냈다. 이들은 “김 후보는 탄핵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켰다. 김 후보를 찍으면 지지기반 확장을 통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