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26일 갑작스러운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 소식에 충격에 휩싸였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신 회장 총수 일가의 ‘가신(家臣)’으로 분류되던 주요 임원들은 모두 타격을 입은 모양새가 됐다.
예상 못한 비보에 임직원 충격
롯데그룹 내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전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평소와 같이 업무를 보고 정상적으로 퇴근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은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소에도 본인이 힘든 상황을 외부에 알리거나 티를 내지 않았다”며 “전날 이 부회장과 함께 있었던 사람 그 누구도 아무런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앞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내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내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던 만큼 임직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51세에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을 만큼 그룹 내에서는 ‘신화적 인물’로 통했다. 롯데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그룹 내에서 ‘큰 어른’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심리적 공백이 상당하다”며 “왜 그렇게 황망히 가야 했는지 침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의 슬픔으로) 평소보다 사무실이 많이 조용한 상태”라고 그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부회장이 다니던 충신교회 한 장로는 “이 부회장이 최근 본인의 생각과는 (검찰 수사와 그룹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가니까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도 애통…롯데그룹장으로
신동빈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집무실로 출근한 직후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 부회장의 비보를 보고받고 말을 잇지 못한 채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입장을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을 통해 밝혔다.
이 부회장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30호실(별관3층)에 마련됐다. 다만 이날 진행된 경찰 조사와 부검 절차 등으로 조문은 27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중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30일이며 장례위원장은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소진세 총괄사장이 맡는다.
롯데그룹 ‘가신(家臣)’들 모두 타격
롯데그룹 내 가신그룹은 이 부회장의 사망까지 겹치며 모두 타격을 입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소 총괄사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은 지난해 ‘형제의 난’을 겪으며 신 회장 측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노 대표는 지난 6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 전날 검찰 조사를 받은 황 사장과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소 총괄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주요 경영진의 공백 상태가 우려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정기임원 인사가 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롯데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 부회장마저 숨진 상황에서 임원들을 교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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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수 허경구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신동빈 회장 침묵 속 애통… 임직원들은 ‘심리적 공황’
입력 2016-08-27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