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원무용단.
우리나라 무용계를 대표하는 ‘국립’ 무용단이다. 그런데 이 세 단체의 예술감독이 모두 공석이다. 무용계 초유의 사태다.
국립무용단은 지난해 6월 윤성주 예술감독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1년2개월이 넘도록 공석이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지난 3월 한명옥 예술감독이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5개월째 자리가 비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은 지난 7월말로 3년 임기가 모두 끝났다. 안 감독은 연임되지 않았지만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올해부터 산하 예술단체 수장이 임기를 마친 뒤 바로 짐을 싸는 대신 새 수장 취임 전까지 남아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했기 때문이다.
세 단체의 예술감독에 대한 최종 임명권은 모두 문체부가 가지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문체부가 바로 임명하며, 국립국악원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은 각각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이 공모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문체부에 추천하면 최종 낙점을 하는 방식이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지난 6월말 공모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 2명이 7월말 올라갔지만 검증과정 지연과 장관 교체 등으로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좀더 심각한 것은 국립무용단이다. 그동안 3차례 공모가 진행됐지만 모두 ‘대상자 없음’으로 결론났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는 “후보자들에 대해 검증을 거친 결과 개인적 역량에 대한 우려는 물론 개인적 흠결사항 등 여러 이유로 선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무용계의 오랫동안 헤게모니를 쥐어온 원로세대와 차세대 간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무용단은 예술감독 공모가 2차례 불발되면 국립극장장이 직접 복수의 후보자를 문체부에 추천할 수 있다. 안호상 극장장은 “조만간 직접 후보자를 문체부에 추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무용계에서는 불만과 비판의 소리가 높다. 무용기획자 장승헌은 “해외 국공립 무용단처럼 1∼2년 먼저 차기 예술감독을 뽑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장기간 공백이 지속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무용계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각각의 무용단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결속력이 약화되는 등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참에 세 ‘국립’ 무용단의 기능과 정체성에 대해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용평론가 장광열은 “국립무용단이 한국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지만 국내외 현대무용 안무가까지 초청하고 해외 진출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한국 무용계 대표 ‘국립’ 무용단 3곳 수장 모두 공석 왜?
입력 2016-08-28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