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기반 연극이 온다… 남산예술센터서 3편 선봬

입력 2016-08-28 18:34

남산예술센터가 올가을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연극 3편을 선보인다. ‘아방가르드 신파극’(9월 7∼11일·사진), ‘변칙판타지’(10월 5∼9일), ‘나는야 연기왕’(10월 26일∼11월 6일)이 그것. 현대사회의 다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희곡 기반의 기존 형식을 벗어난 ‘개념 기반 연극’인 것이 특징이다.

우선 ‘아방가르드 신파극’은 한국 연극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신파극을 현대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신파는 원래 19세기 후반 일본의 전통적 연극인 가부키와 맞서 새로운 유파의 연극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당시 신파극은 정치적이었으며 연극 개량운동을 이끄는 중심이었다. 하지만 점차 가정비극을 소재로 권선징악을 과장해서 다루는 장르로 전락하면서 신극에 밀려났다. 신파는 이제 눈물을 자극하는 진부한 드라마를 상징하게 됐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적극은 자신이 이끄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와 함께 일관된 서사 구조 대신 에피소드식 서사와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는 강렬한 무대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 역시 음악, 무용, 전시 등의 형식을 가져와 연극의 경계를 발랄하게 허문다.

‘변칙 판타지’는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인 시각예술가 정은영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정은영이 2008년부터 천착해온 여성국극을 소재로 했다.

여성국극은 여성들만 출연하는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 1945년 광복 후 나타난 장르다. 남장을 한 여배우가 남자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 제목 가운데 ‘변칙’은 반칙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행위도 아니란 뜻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약간의 변화를 겸한 새로움을 뜻한다. 비주류들이 모여 서양의 연극도 우리의 판소리도 아닌 여성국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작품 ‘나는야 연기왕’은 최근 대중이 열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을 작품 안으로 가져왔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연기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하고 가장 완벽한 혹은 상품성 높은 연기를 선별한다.

연출가 윤한솔과 극단 그리피그 배우들이 공동창작한 이 작품은 오디션에서 선발된 연기가 과연 훌륭하고 완벽한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주창하는 윤한솔은 자신들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연기를 요구하는 오디션 형식을 통해 연기의 본질을 찾는다.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