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사퇴” 얼룩진 梨大 졸업식… 학교 사태 갈등 이어져

입력 2016-08-26 18:12 수정 2016-08-26 21:19
학사모를 쓴 학생들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총장 사퇴’라고 쓰인 부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구성찬 기자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화여대가 야유와 구호로 얼룩진 학위 수여식을 치렀다.

이화여대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이대 대강당에서 졸업생과 학부모 등 19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후기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최경희 총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은 구호를 외치며 ‘총장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은 재학생들이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지 30일째였다. 졸업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강당에는 ‘1600여명 경찰 투입 결정한 최경희 총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총장 사퇴만이 답이다’ 같은 현수막이 나붙었다. 학생들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총장 사퇴’라고 쓰인 부채를 나눠줬다.

차분하던 분위기는 최 총장이 축사를 읽기 위해 단상에 서자 돌변했다. 2층에 있던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 30여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해방 이화”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최 총장은 축사를 멈추고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호는 그치지 않았다. 결국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며 축사를 다시 읽었지만 목소리는 야유와 구호에 묻혔다. 최 총장 뒤에 설치된 대형화면엔 ‘현안을 촉박한 시일 내에 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수렴하는 일에 미흡했다’는 축사 내용이 자막으로 나왔다.

한편 최 총장과 부총장 등 교무위원 일동은 지난 24일 교수와 재학생들에게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음 주는 새 학기 개강이며,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