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화여대가 야유와 구호로 얼룩진 학위 수여식을 치렀다.
이화여대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이대 대강당에서 졸업생과 학부모 등 19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후기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최경희 총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은 구호를 외치며 ‘총장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은 재학생들이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지 30일째였다. 졸업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강당에는 ‘1600여명 경찰 투입 결정한 최경희 총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총장 사퇴만이 답이다’ 같은 현수막이 나붙었다. 학생들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총장 사퇴’라고 쓰인 부채를 나눠줬다.
차분하던 분위기는 최 총장이 축사를 읽기 위해 단상에 서자 돌변했다. 2층에 있던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 30여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해방 이화”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최 총장은 축사를 멈추고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호는 그치지 않았다. 결국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며 축사를 다시 읽었지만 목소리는 야유와 구호에 묻혔다. 최 총장 뒤에 설치된 대형화면엔 ‘현안을 촉박한 시일 내에 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수렴하는 일에 미흡했다’는 축사 내용이 자막으로 나왔다.
한편 최 총장과 부총장 등 교무위원 일동은 지난 24일 교수와 재학생들에게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음 주는 새 학기 개강이며,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총장 사퇴” 얼룩진 梨大 졸업식… 학교 사태 갈등 이어져
입력 2016-08-26 18:12 수정 2016-08-26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