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돌발 변수’에 부딪쳤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자살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소환을 목전에 뒀던 검찰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이 부회장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신 회장 등 총수 일가를 압박한다는 수사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그룹 수사 ‘급제동’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계열사 여러 곳을 동시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특수4부·첨단범죄수사1부)은 그동안 ‘기초’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방대한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해 계열사들의 허위 소송과 세금포탈,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차례로 포착했다.
이어 검찰은 롯데그룹의 핵심인 정책본부를 겨냥했다. 신 회장의 가신그룹이 집결한 정책본부는 그룹 운영 전반을 좌우하는 컨트롤타워로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나 총수 일가 탈세 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계열사와 총수 일가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지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본부는 총수 일가 소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롯데 수사의 최대 관문으로 꼽혔다.
정책본부를 향한 검찰 수사는 거침없었다. 총수 일가의 턱밑까지 압박했다. 25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고, 26일에는 정책본부장인 이 부회장 소환도 예고했었다. 검찰 안팎에선 ‘롯데그룹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 추석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검찰에 불려나온다’ 등의 얘기가 돌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6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포착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6)씨,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소환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 수사는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주말에 수사팀과 함께 소환 일정과 향후 수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환 대상자인 롯데그룹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만큼 이를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로비’ 의혹 수사 물 건너가나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줄곧 롯데의 ‘조직적 증거인멸’ ‘특유의 보수적 조직문화’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했다. 검찰은 가신그룹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등 그룹의 경영비리 전반을 캐물었지만 대부분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신 회장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이런 경향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수사 환경 변화로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가 늦춰지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비자금 사용처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홈쇼핑 채널 재승인,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 등과 관련해 정·관계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권력 실세 여러 명이 롯데의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수사 속도 조절이 수사 범위와 방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 회장 등 총수 일가 비리 입증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롯데그룹 수사는 초기 효과적인 압수수색으로 자료가 많이 확보돼 사람 수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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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신동빈 회장 턱밑서… ‘비자금 수사’ 급제동
입력 2016-08-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