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건물 어떡해” 이탈리아의 내진설계 고민

입력 2016-08-26 18:10
규모 6.2의 강진이 닥쳐 최대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주 리에티현 아마트리체의 한 주택이 26일(현지시간) 뼈대만 남고 무너져있다. 신화뉴시스

규모 6.2의 강진이 할퀴고 간 이탈리아에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주민들이 고통보다 분노를 호소한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267명, 부상자는 400여명이다. 수십명의 생사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본진(本震) 이후 여진이 500여 차례나 이어지는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이 중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라치오주 리에티현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는 중세 유적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문화유산 보호 명목으로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 반면 진원에서 비슷하게 떨어진 인기 관광지 노르차에선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1979년과 1997년 두 차례 지진을 겪은 뒤 구조 강화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대다수 건물이 내진설계가 안 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지역은 지진 대비 보강작업 관련 예산도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이탈리아에는 건물을 개보수할 때는 물론 신축할 때마저 내진설계 기준을 지키지 않는 관례가 만연해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에서 지진이 가장 잦은 이탈리아에는 내진설계 기준을 지킨 건축물이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아르만도 잠브라노 국가기술자위원회 회장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오래된 건물을 보강하기 위해선 930억 유로(약 117조191억원)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지진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긴급자금 5000만 유로(약 630억원)의 지출을 허가하고 피해 주민의 세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국적으로 건축 기준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이탈리안 홈(Italian homes)’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건축 기술을 사용해 지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중세 때 조성된 도시는 이번과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