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 일본잎갈나무를 심은 건 일제 강점기인 1904년부터였다. 일제는 탄광을 개발하며 적송을 베어낸 뒤 황폐해진 산에 성장이 빠른 이 나무를 심었다. 박정희정부가 1973년부터 치산녹화사업을 벌일 때도 ㏊당 3000그루씩 밀식했다. 현재 70㎢ 태백산국립공원에 50만 그루가 있다. 잎갈나무 조림지(8.2㎢)는 공원 면적의 11.7%를 차지한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5년에 걸쳐 일본잎갈나무 50만 그루를 벌목한다는 계획을 꺼내들었다. 45억원을 들여 소나무 등 토종 수목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①일본산 외래종이 대거 서식하는 건 국립공원 이미지와 위상에 맞지 않는다. ②가을 겨울에 푸른빛을 잃어 경관을 해친다. ③지름 60∼70㎝ 거목이어서 햇볕을 차단하고 다른 수종의 생장을 방해한다.
일본산이라 베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반세기 이상 이 땅에서 성장해 자연의 일부가 된 생명체를 국적 따져 솎아내야 위상이 선다는 발상은 난센스에 가깝다. 경관을 해친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없다. 국립공원은 예쁘게 가꾸는 정원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는 곳이다. 벌목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건 생태계에 해가 될 경우뿐인데,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잎갈나무는 조림수종 가운데 주변 생물에 해가 덜한 편이며, 인공조림이 자연을 이길 순 없어서 결국 생태계에 동화되는데 왜 굳이 인간의 손을 대느냐는 시각도 있다.
치밀한 조사를 통해 벌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더라도 불과 5년 만에 50만 그루를 벤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할지 모른다. 수종 교체는 적어도 50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할 일이다. 태백산국립공원은 400㎢를 지정하려다 이해관계 탓에 70㎢로 쪼그라들었다. 게리맨더링처럼 여기저기 빠져버린 숲을 하루빨리 편입하는 게 더 시급하다.
[사설] 태백산 일본잎갈나무 벌목 신중하게 접근하라
입력 2016-08-26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