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조사자의 극단적 선택은 최근 늘고 있으며, 좀체 개선되지 못하는 문제다. 2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은 100명에 육박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은 화이트칼라 범죄 혐의자, 고위 공직자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에게서 다수 발생하는 편이었다. 상당수는 검찰의 출석 통보 전후에 발생해 수사 압박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지위 높아 상처도 크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업인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이전에도 다수 있었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8월 대북송금 및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던 중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연임 청탁 로비를 한 혐의로 조사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2004년 3월 한강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4월에는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일명 ‘성완종 리스트’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기업인뿐 아니라 공직자의 비중도 작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부터 ‘박연차 정·관계 로비사건’ 수사를 받다 2009년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앞서 2005년 11월에는 이수일 국가정보원 차장이 서울중앙지검의 도청사건 수사 중에, 2008년 10월에는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공기업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다른 일반 범죄자보다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소환 당일 큰 부담감
이 부회장처럼 검찰 출석이 예정된 당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는 다수 있다. 11세 여아를 강제추행해 2011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의 출석 요구를 받은 변모씨는 조사 예정시각 검사실에 “금일 자살할 예정이라 소환 불응하겠다”고 알린 뒤 변사체로 발견됐다. 2008년 9월 창원지검에서는 연구비 편취사건 피내사자였던 40대 연구원이 출석시간을 연기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는 2012년 2월 원전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소환 통보를 받은 지모씨가 출석을 하지 않다 모텔 객실에서 목욕가운 허리끈에 목을 맸다. 2011년 6월에는 인지 절취사건으로 수사 대상이 된 한 법원 주사가 검찰 출석 일정을 조정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4년 7월 전주지검으로부터 논문대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소환 통보를 받은 50대 의대 교수가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검찰은 피의자 인권을 보호할 대책 수립을 거듭 요구받아 왔다. 지난해 김수남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불안해 보이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차라리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지침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극단적 행동 방지를 위한 인권보호 철저 지시가 내려졌고, 약 28명의 극단적 행동을 방지했다”며 “아직 충분하지 않아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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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정몽헌·남상국·성완종… 무너진 명예·자존심 못 견뎌
입력 2016-08-2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