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본부 어떤 곳인가… 그룹 의사결정 최정점 ‘컨트롤타워’

입력 2016-08-27 00:12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 26일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정문으로 한 직원이 황급히 걸어 들어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숨지기 전까지 이인원 부회장이 이끌었던 정책본부는 롯데그룹 내 ‘컨트롤타워’로 불린다. 1997년 부회장에 취임한 신동빈 회장이 2004년 신설하면서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직전까지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역할과 권한이 새롭게 만들어진 정책본부로 집중됐다. 당시 외부에는 신 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설치된 조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정책본부 부본부장 자리를 맡으며 신 회장을 보좌하다가 2011년 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정책본부는 롯데 각 계열사의 주요 정책을 조율한다. 계열사 간 중복되는 투자를 방지하고, 그룹 내 자금흐름을 관리한다. 해외투자 및 국제업무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장기적 신성장 사업을 구상·발굴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6일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기획실과 역할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부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서 이 부회장을 신 회장 수사를 위한 ‘키맨’으로 여겼던 이유도 10년간 정책본부를 이끈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벌써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롯데의 주요업종이 유통·화학인데, 장기적인 결정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매 순간순간 결정해야 할 사안도 많다”며 “그동안 경륜 많은 이 부회장의 판단으로 경영현안 결정에 있어 시행착오 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롯데그룹이 추진했던 굵직한 경영현안들은 ‘올스톱’된 상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타워의 연내 개장은 불투명해졌고,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도 무산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의 해외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현안도 모두 멈춰 섰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임원은 “검찰수사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가 끝난 뒤 미뤄진 그룹의 주요 사업을 수습할 인물로 여겨졌던 이 부회장의 공백이 그룹으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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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