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재 北 외교관 또 탈북

입력 2016-08-26 00:21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이 연이어 알려지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또 한 명의 북한 외교관이 탈북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KBS 보도에 따르면 탈북 외교관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 파견된 무역대표부의 대표급 인물로 외교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탈북해 제3국을 경유, 국내로 들어온 김철성 무역대표부 3등서기관보다 고위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탈북 시기는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망명 시점과 비슷한 지난달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잠적한 이후 정확한 탈북 경로와 제3국 체류 또는 국내 입국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내 엘리트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들의 탈북 소식은 최근 몇 달 동안 유행처럼 계속되고 있다. 주영 대사관의 실질적 책임자급인 태 공사의 한국행에 이어 그에 앞선 김 3등서기관의 한국행이 공개됐고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도 외교관 탈북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은 각지의 외교관들을 소환하고 보위부의 현지 검열 등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러시아 주재 외교관 탈북 역시 북한 보위부와 무역성의 합동 검열단이 중국 단둥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급파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검열단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 접경지역을 거쳐 중국 창춘과 선양, 단둥 등지의 북한 무역대표부에 대한 일제 검열을 실시한 뒤 지난 월요일 단둥을 거쳐 평양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검열단 내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검열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무역대표부는 이미 인력 교체에 들어갔고 나머지 지역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통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역 북한 무역대표부의 공식 활동 자체가 전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 여파로 당초 다음주 중국 옌지에서 열리는 두만강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북한 측은 참가를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