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다음달 4일 조건부 자율협약 만료 시한을 앞두고 채권단이 요구한 최소 금액 7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 채권단도 국내 1위 국적선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한진그룹이 대주주인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 4000억원가량을 지원하는 방안과 함께 추가 자산매각 방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 5000억원대 유동성 확보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의 기준인 7000억원에는 여전히 모자라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 회장의 사재 출연 여부를 떠나 부족한 자금을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20∼30% 깎는다 해도 내년까지 1조∼1조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부족 자금 중에는 국내외 선박금융회사에서 빌린 5000억원 규모의 빚을 만기 연장해야 하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 채권단이 요구한 7000억원은 가장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해 선박금융은 일단 제쳐두고라도 시급한 운영자금부터 해결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3000억원이 걸린 해외 금융사와의 선박금융 채무상환 유예 협상에도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돌파구가 없으면 최소 부족 자금 규모가 1조원으로 늘게 되고, 채권단 지원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한진해운이 올 2분기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유동성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채권단도 고민에 빠졌다. 자체적으로 부족 자금을 해결하라는 채권단 요구에 못 미치는 자구안이지만 1000억여원 차로 1위 국적선사를 포기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산업은행은 26일 채권은행들을 소집해 한진해운 자구안을 검토한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하면 부족 자금 규모를 재산출한 뒤 출자전환 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반대로 자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 자금은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토록 하고, 정상화 방안이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한진해운… 공은 채권단으로
입력 2016-08-26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