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콜레라 기습… 경로 추적·확산 차단 비상

입력 2016-08-26 00:10



15년 만에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두 번째 감염자가 나왔다. 2명의 환자 모두 경남 거제에서 해산물을 섭취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콜레라 대책반을 편성하고 전국 의료기관에 설사 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콜레라 확산 차단에 나섰다.

거제에서 73세 여성 추가 감염

질병관리본부(KCDC)는 25일 “경남 거제에 사는 73세 여성이 설사 증상을 보여 콜레라균 검사를 벌인 결과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여성은 지난 13일 지인이 거제 인근 해안에서 잡아 냉동한 삼치를 다음날 해동해 날것으로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오전부터 설사 증상이 나타났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17일 경남 거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진료받았다. 다행히 21일부터는 증상이 호전돼 24일 퇴원했다. 보건 당국은 여성의 가족(남편, 아들)과 같은 삼치를 먹은 11명은 아직까지 설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KCDC 관계자는 “생선에 모두 균이 퍼져 있는 것이 아니고 아가미나 껍질에 더 많아 그 부분을 먹은 사람만 콜레라에 걸릴 수 있다. 또 면역력에 차이가 있어 특정인만 감염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콜레라균 증식 가능성

거제는 지난 23일 확인된 첫 번째 콜레라 환자 정모(59·광주 거주)씨가 여행 중 한 식당에서 게장과 전복, 농어회 등을 먹은 지역이다. 현재 2명의 환자가 같은 지역 해산물을 먹었다는 공통점 외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때문에 보건 당국은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나 식수 섭취, 감염자의 대변 등을 통한 전파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염 경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와 보건당국은 최근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콜레라균 증식에 따른 오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폭염으로 남해안 바닷물 온도가 많이 올라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및 연안에 콜레라균이 급속히 번식할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남해안과 서해안의 바닷물과 주변 횟집, 수산시장 등에 대한 광범위한 역학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콜레라균이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 번째 환자에서 검출된 콜레라균은 독소 유전자를 보유한 ‘O1’ 혈청과 ‘엘토르(El Tor)’ 생물형을 지녔으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은 유전자형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환자도 ‘O1’형의 ‘엘토르’ 콜레라균으로 확인됐다. 다만 첫 사례와 유전자형이 같은지는 유전자 지문을 분석해 봐야 한다.

때문에 새로운 콜레라균이 사람 등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내 자생 가능성보다는 해외에서 누군가(혹은 음식물)를 통해 묻어 들어와서 이후 산발적으로 확산되는 패턴일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 유행하는 균주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유행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거제 등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의 집단감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저개발국과 달리 상하수도 시설 및 개인위생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전국적인 대유행 확률은 낮다고 봤다. 이재갑 교수는 “상수도가 잘돼 있는 선진국의 경우 해외 유입원에 노출됨에 따라 1∼2명씩 발생하고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은 ‘공통 오염원’에 노출되면 폭발적으로 전파된다. 하루빨리 ‘오염된 루트’를 못 찾으면 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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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