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고 스마트폰을 회수해서 다시 시장에 판매하는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신제품 교체 주기를 당기고, 중고폰은 신흥시장 공략에 사용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25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도는 사용자가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외관이나 내부 부품 등을 교체해 재포장한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할 때는 신제품이 아니라 리퍼비시 제품임을 명시한다. 보통 리퍼비시 제품은 신제품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
삼성전자가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올해 상반기 ‘갤럭시 클럽’을 도입하면서부터 나왔다. 갤럭시 클럽은 사용자가 1년 이상 스마트폰을 쓰고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면제받고 새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을 출시하면서 SK텔레콤과 ‘T갤럭시 클럽’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판매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7부터 이동통신사 로고를 지운 것도 중고폰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갤럭시 클럽은 2년에 한 번꼴인 스마트폰 구매 주기를 당겨서 신제품 판매를 늘리는 게 주목적이다. 대신 1년마다 회수되는 중고폰이 발생한다. 회수한 중고폰을 처리하려면 리퍼비시 프로그램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퍼비시 프로그램은 이익률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한 대의 스마트폰을 두 번 판매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리퍼비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폰 시장 규모는 올해 17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억2000만대가량의 중고폰이 시장에 유통되는데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8% 수준이다. 아이폰의 경우 1년 사용한 중고폰의 가치가 원래 가격의 69%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정가의 51% 정도다.
삼성전자는 “도입 여부,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중고폰 재활용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자칫하면 기존 스마트폰 라인업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 리퍼비시 제품을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판매한다. 애플의 경우 중저가 라인업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구매력이 낮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리퍼비시 제품이 효과적이었다. 애플은 미국, 유럽 등 아이폰이 잘 팔리는 선진국 시장에는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부터 저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간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중고폰 재활용”… 삼성전자 ‘리퍼비시’ 도입한다
입력 2016-08-26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