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변화 심상찮아… 선교 프로그램 새로 짤 때”

입력 2016-08-25 21:23
대북선교단체인 모퉁이돌선교회 회원들이 지난해 말 서울 정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의 북한·통일 선교사역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DB

북한 고위인사의 잇따른 망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체제 동요 가능성 발언으로 북한·통일선교 사역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사역 방향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북관련 사역자들은 “북한 체제가 심각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탈북자 출신으로 개척 4년차인 손모 목사는 “(영국공사 망명 등) 상상도 못했던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며 체제 변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올해 들어 탈북자 수가 증가하고, 북한군이 휴전선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는 소식도 북한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봤다.

북한교회연구원장인 유관지 목사는 “어수선한 때일수록 차분하게 통일을 준비할 때다. 지금까지 어떤 사역을 해왔는지 되돌아보면서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체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비가 필요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데는 현 상황이 적기라는 것이다.

20년 넘게 탈북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조명숙(여명학교) 교감은 “북한·통일선교 사역의 패러다임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며 “탈북자 정착에 집중된 지원에서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교계와 사회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소장인 박영환 서울신학대 교수도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도 제3국을 통한 인도적 대북지원 등은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부회장 김영식 목사는 “(통일 후) 북한으로 향하는 교인들은 그곳에서도 성도가 될 것”이라며 “가정·경제·교육·의료·복지·미디어 등 우리 사회 주요 영역별로 탈북민뿐 아니라 북한에서 일할 한국인 성도들을 키우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본인의 사역 영역에서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20년 넘게 단파라디오를 통해 대북선교방송을 내보내는 초교파대북선교방송 TWR코리아 성훈경 목사는 “북한 내부의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편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교회 성도들 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외부 소식을 들으려고 하는 욕구가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신중론도 나왔다.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 주도홍(백석대) 교수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에도 체제 동요 관련 발언이 많이 나왔고, 당시 국내 교회에서는 북한교회 재건운동까지 일어났다”면서 “하지만 20년 넘게 3대 세습이 이어지고 있다. 체재 동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아직은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재찬 김아영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