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의 글로벌 생산거점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각광받던 중국 대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남미·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의 글로벌 거점전략은 베트남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1년 베트남 북부 박닝성에 휴대폰 공장을 세운 뒤 2013년에는 동북부 지역의 타이응웬성에 2번째 공장을 세웠다.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을 위한 남부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도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도 잇달아 베트남 진출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도 베트남에 해외법인 중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백색가전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5일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는 등 생산거점 지역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베트남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전후로 2년간 각 주요 생산거점국가 중 기업 유입이 가장 많은 곳은 베트남이었고, 유출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었다.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베트남이 체결한 각종 무역협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주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에 진출했다. 기아차는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간생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지난 5월부터 K3 생산에 들어갔다. 관세율이 높은 남미 지역 진출에 유리할 뿐 아니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돼 있어 북미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 이미 도요타, 닛산,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멕시코를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현대 등 주요 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관련 업체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대거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멕시코 진출에 따라 에어백 쿠션 등을 생산하는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원료 수급과 시장 다각화를 고려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스페인과 인도네시아에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구축해 유럽·동남아시장 진출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공장은 고급 윤활기유 생산에 최적화된 미나스 원유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페루·베트남·중국·예멘·미국 등 9개국 12광구에서 원유와 LNG 탐사·생산도 병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천연가스 원료를 싼값에 수급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세워 올해 초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유라시아 대륙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행보다. 미국 액시올사를 인수해 현지 셰일가스를 제품 생산에 이용하고, 미주시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검찰 수사에 발목이 잡혀 무산되기도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삼성은 베트남으로, 현대는 멕시코로…
입력 2016-08-2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