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정책 발표 연기… 수위조절 여론 살피기

입력 2016-08-25 17: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지지자가 23일(현지시간)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에 참석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극단적인 이민정책의 수위를 낮추는 것을 놓고 신중하게 간을 보고 있다. 당초 25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이민정책을 발표하려던 것을 31일로 연기한 가운데 유화적인 발언을 조금씩 흘리며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이민정책 완화가 골수 지지자에게는 불만이겠지만 지지자 중 다수는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핵심공약인 ‘불법이민자 추방’을 재고하고 있다.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인종 유권자로부터 표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입장 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민정책에 완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불법이민자에 대한) 사면은 없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이민자 일부에게 합법적 신분을 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공화당 경선 때 경쟁자들이 내놓은 이민정책과 다를 바 없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젭 부시 후보는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 대신 임시 취업허가증을 주고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시 측근은 “트럼프가 결국 이민정책을 현실에 맞추게 된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유세장에 온 유권자 상당수는 트럼프 이민정책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불법이민에 더없이 강경한 입장 때문에 몰려들었던 지지층에게는 트럼프의 입장 변화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극우 성향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기존 입장을 바꾼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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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