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안을 대대적으로 ‘칼질’하기로 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의 핵심 증인으로 여겼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모두 제외된 여야 3당 합의안이 더민주 의원총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심사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더민주 소속 김현미 의원이다.
김 위원장은 3당 합의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결위 심사에서 추경안을 당연히 손질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어느 부분을 증액·감액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 지원(1조9000억원)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등에 쓰일 지방재정 보강(3조7000억원)을 제외한 다른 항목은 대폭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더민주는 불과 사흘 전 의총에선 “최 의원과 안 수석이 없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냈었다. 이날 합의문엔 ‘26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 증인을 기재위에서 의결하되 증인 협의는 계속한다’고만 명시됐다. 협의는 계속한다고 돼 있지만 새누리당 입장이 워낙 완강해 타협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합의문 가안이 공개됐을 땐 더민주 의총에서 거부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합의문 추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8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최·안 두 증인 채택이 불발된 것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건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럴 바에는 아예 청문회를 하지 말자” “세월호 유족들을 희망고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읍소 전략을 폈다. 그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여러 번 요구했지만 이 얘기만 나오면 꼼짝을 못하더라. 대통령 지시 같다”고 말했다고 여러 의원이 전했다. 한 의원은 “우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마지막에는 ‘좀 받아 달라’고 거의 사정하다시피 했다”며 “추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추경예산을 집행할 필요성이 있고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계속 추경안 심사 자체를 보이콧할 수 없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이런 갑론을박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문을 받는 대신 예결위 차원에서 정부가 편성해 온 추경안을 대대적으로 손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당장 26일 예결위 심사가 재개되면 여야 기싸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추경안 심사와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협상을 병행하자면서 사실상 새누리당 편에 서서 더민주를 압박해 왔다. 한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때문에 무리하게 추경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고 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열기로 한 데 대해선 상당한 성과라는 후한 평가가 나왔다.
글=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물렁 청문회’ 수용 더민주, 추경안 ‘칼질’ 벼른다
입력 2016-08-26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