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생존자 1억원·사망자 2000만원 지급

입력 2016-08-26 04:09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 8개월여 만에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 111억원)을 출연하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하면서다.

최근 수년간 위안부 문제 때문에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는 몰라보게 회복됐다.

정부는 25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1인당 생존자는 약 1억원, 사망자는 약 2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날 일본 외무성이 10억엔 중 생존자 본인에게 1000만엔, 사망자 유족에게 200만엔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원 대상은 생존자 46명, 사망자 199명이다. 생존·사망자 수는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액이 일시불로 지급되는 건 아니고 재단 측이 각 대상자의 수요를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단이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취지를 감안할 때 큰돈을 한꺼번에 드리는 것보다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10억엔을 재단 계좌로 송금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엔 중 80% 정도가 사망자와 유족에게 전달되며 나머지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사업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위안부 피해자 상당수가 한·일 합의에 공감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일본이 1990년대 시도했다 실패한 ‘아시아여성기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일 관계에도 역시 부담 요인이 없지 않다. 일본은 출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 측에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 자금 출연으로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으니 한국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이른바 ‘도덕적 우위론’이다.

이런 시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가 장관은 지난 24일 “일본 정부가 자금 지출을 완료하면 일·한 합의에 따른 일본 측의 책임은 다한 것이 된다”면서 “한국 측에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등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측도 소녀상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10억엔을 출연하고도 소녀상 이전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베 정권의 지지기반인 우익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국회 승인이 필요 없는 예비비에서 10억엔을 지출키로 결정한 것도 우익 성향 국회의원들의 제동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은 소녀상 문제를 거론하거나 관련 단체와 협의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이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