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대출 규제 없이 1257조원 가계 빚 잡겠나

입력 2016-08-25 17:39
올 상반기 국내 가계의 빚은 1257조3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난 2월 도입했지만 2분기에만 33조6000억원이 느는 등 급증했다. 연말까지 1300조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위기 섞인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 빚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어해야 부채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역시 이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 위해 금융대책뿐 아니라 처음으로 주택공급 억제 방안을 마련했다. 공공택지 공급 감축 및 신규 사업 인허가 조절 등을 통해 밀어내기식 과도한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옥죄기 같은 금융 쪽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공급된 주택은 76만 가구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77년 이후 최다였다. 국토연구원이 2013년 추정한 연간 적정 수요인 39만 가구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는 또 주택금융공사 등의 중도금 보증을 4건에서 2건으로 제한했고 상호금융권도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 강화와 분할 상환을 유도키로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대책에는 나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나마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 가계 빚 급증세를 막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그러나 방점이 지나치게 부동산 시장 냉각 방지에 찍혀 있다. 그러다보니 가계 빚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정책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집단대출(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은 작년 말 12.4%였으나 올 6월 말 49.2%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분양권 전매 제한이 불발에 그친 점도 아쉽다. 최근 2년간 가계 빚 증가의 주 요인으로 지적됐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환원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가 6개월 만에 새로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근본 처방은 담지 않았다. 알맹이가 빠진 정책이 실효를 거둘수 없을 것은 분명하다. 정부 인식이 여전히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계 빚이 한국경제의 뇌관이란 사실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이제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가계 빚에 둬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대증적 요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방식의 출구전략 검토 등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