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홀스 홈런포, 우상 맥과이어 넘어섰다

입력 2016-08-25 18:57
LA 에인절스 3번타자 앨버트 푸홀스가 25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에서 1회 개인 통산 584번째 홈런을 때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MLB닷컴 영상 캡처
마크 맥과이어
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16 미국프로야구(MLB) LA 에인절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 에인절스 지명타자 앨버트 푸홀스(36)는 1회 첫 타석에서 상대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를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냈다. 개인통산 584번째 홈런. 자신의 영웅이자 스승이었던 ‘빅맥’ 마크 맥과이어(53·사진)를 밀어내고 통산 홈런 단독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3할이 넘는 통산 타율에 한해 30홈런은 거뜬한 타자. 푸홀스는 세 번이나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2005 2008 2009)에 선정된 리그 대표 강타자다. 2009년(47홈런)과 2010년(42홈런)에는 2연속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게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맥과이어다.

푸홀스는 1999년 MLB 신인드래프트 13라운드 402순위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당시 세인트루이스에는 전성기를 맞은 맥과이어가 있었다. 맥과이어는 1998시즌 70홈런, 1999시즌 65홈런으로 새미 소사(은퇴)와 세기의 홈런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푸홀스는 그런 맥과이어의 모습을 보며 빅리거의 꿈을 키웠다. 2000년 마이너리그 싱글A MVP에 올랐고, 그해 시즌을 마칠 무렵 마이너리그 최상위 수준인 트리플A에서 최강자로 거듭났다. 타율 0.367로 플레이오프 MVP까지 휩쓸었다.

맥과이어는 이듬해 카디널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에 열중하던 신인선수 푸홀스를 눈여겨봤다. 그리고는 곧장 당시 세인트루이스 감독이던 토니 라루사에게 찾아가 이 한마디를 건넸다. “푸홀스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올리지 않는다면 당신의 감독 커리어에 치명적인 오점 중 하나로 남을 겁니다.”

라루사 감독은 맥과이어의 말을 듣고 개막 로스터에 푸홀스의 이름을 올렸다. 부상 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굳이 푸홀스를 불러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빅리그에 진입한 푸홀스는 펄펄 날았다. 개막 4일 만에 첫 홈런을 때리더니 시즌 중반 엔 이미 팀 내 최고의 신인으로 거론됐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타율 0.329 194안타 37홈런. 맥과이어의 눈은 정확했다. 푸홀스는 만장일치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푸홀스는 자신의 우상이자 동료인 맥과이어 앞에서 보란 듯이 승승장구했다. 2009년엔 맥과이어가 세인트루이스 타격 코치로 데뷔하면서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푸홀스는 “맥과이어는 최고의 타격 코치”라고 했다. 맥과이어를 향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묻어난다. 이제 푸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코치로 활약 중인 맥과이어 대신 새 역사에 도전한다.

한편 푸홀스가 대기록을 쓴 날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올 시즌을 마감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오른쪽 손목 통증을 느꼈던 박병호는 수술을 받은 뒤 다음 시즌을 위해 재활에 전념하기로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