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시즌 EPL 막차 승격 ‘꼴찌후보 헐시티’ 개막 3연승 ‘헐∼’

입력 2016-08-25 18:58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헐시티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단 한 푼도 들이지 않아 전력보강에 실패했고 사령탑까지 공석이지만 2016-2017 시즌 개막 이후 3연승을 질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헐시티는 가장 극적으로 프리미어리그행 막차에 올라탄 팀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을 4위에서 마감한 뒤 3∼6위가 프리미어리그 승격권 1장을 놓고 싸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다. 우승팀 번리, 준우승팀 미들즈브러와 함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합류했다. 하지만 생존 전망은 어두웠다. 영국 언론은 하나같이 헐시티를 꼴찌(20위) 후보로 지목했다. 최상위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만 체류하고 챔피언십으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보편적이었다. 헐시티의 내부 상황을 보면 이런 전망은 단순한 악평이 아니다.

헐시티는 올여름 단 1파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선수영입은 당연히 없었다. 핵심 미드필더 모하메디 디아메(29·프랑스)를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뺏기면서 전력은 더 약화됐다. 남은 선수는 20명.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숫자다.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한 첼시(36명)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감독도 없다. 헐시티의 승격을 이끈 스티브 부르스(56) 감독은 지난달 구단과의 불협화음으로 떠났다. 여름 내내 사령탑을 찾지 못해 마이크 펠런(54·사진)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헐시티는 지난 13일 리그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시티를 2대 1로 격파했다. 레스터시티의 전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해도 이변이었다. 지난 20일 기성용(27)의 소속팀 스완지시티와의 2라운드 원정경기에선 2대 0으로 완승했다.

지금까지 2전 전승으로 리그 3위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두 바꾸고 전력을 대폭 강화한 1위 맨체스터시티,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4위 첼시(이상 2승)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24일 엑서터시티(4부 리그)를 3대 1로 이긴 리그컵대회 64강전까지 포함하면 3연승이다.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수비축구를 구사한 펠런 코치의 전술이 사실상 유일한 스타플레이어인 아벨 에르난데스(26·우루과이)와 조화한 결과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5일 “헐시티가 펠런과 정식으로 감독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헐시티는 오는 28일 맨유와 3라운드 홈경기를 갖는다.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