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얼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당내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과거에 집착하는 습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지도부’ 구성 가시화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27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김 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류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새 지도부가 이끄는 당이 ‘좌클릭’하게 되면 정권교체도 어려워진다는 지적으로 퇴임 이후를 대비한 김 대표의 ‘막판 굳히기’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당 정체성을 물어보면 (의원들이) 정확히 답도 못한다. (그러면서 내게) 정체성에 위배됐다고 얘기한다”며 “시대변화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옛날에 집착하던 그런 습성에서 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권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금부터 내년 대선까지 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김 대표는 “일개 계파가 전체를 다 쓸어 잡는 선거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경우 당이 외연 확장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대한민국 유권자가 4000만명 가까이 되는데,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과연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친문 일색인 지도부로는 외연 확장도, 수권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민주 내에서는 노선갈등 조짐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드 국내 배치 문제는 당내 강경파와 중도파 사이 충돌 원인이 됐다. 당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놓고도 심각한 진통을 겪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상곤 추미애 후보도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어 전당대회 이후 강경노선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동시에 이른바 ‘김종인 사단’을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머지않아 노선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중도성향 모임 ‘통합행동’ 소속 정장선 당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여야 모두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김종인, 당의 좌클릭 경계 까닭은?
입력 2016-08-25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