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열심히 일해요. 때로는 아빠가 저 때문에 피곤해요. 하나님, 제발 아빠가 오늘 밤 잠을 많이 잘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사는 동안 끊임없이 병마와 싸워온 17세 싱가포르 소녀 페이 샨 타오(사진). 그녀는 자신의 희귀병 때문에 고생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페이스북에 이렇게 표현했다. 페이 샨은 1998년 8월생이나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성장이 멈춰 ‘100일 아기몸’으로 17년을 살았다. 그 마저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십자가 발찌를 찬 채 천국으로 향했다.
페이 샨은 생전 두 명의 아버지를 사랑했다. 한 분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며, 한 분은 낳고 길러준 육친이다. 페이 샨은 사는 동안 하나님께 의지하며 한순간도 포기하거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기의 몸에 갇혀 살면서도 발목에 십자가 발찌를 하고 항상 ‘Jesus loves you’란 메시지를 전하며 살았다.
지난달 20일 싱가포르의 여러 보도매체들은 페이 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달 들어 지구촌 크리스천 등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아기 몸 17세 소녀 페이 샨'의 천국 소망을 공유하면서 우리나라 크리스천에게도 알려졌다.
페이 샨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신생아의 팔다리가 다른 아이에 비해 현저히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사들은 여러 검사 끝에 '선천성 Ⅲ형 점액다당류증(Mucopoly saccharidosis Type III, 효소 부족으로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이 세포 내에 축적돼 발생하는 내분비 질환. 뼈와 장기, 중추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침)'이란 병명을 찾아냈다.
페이 샨의 부모는 육아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고 최신 육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잡지를 구독하는 등 아기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페이 샨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성장을 멈췄다. 뿐만 아니라 페이 샨은 온갖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페이 샨의 아버지 치 쾅 타오(57)는 "우리는 하나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숨을 돌리고 나면 그때마다 또 다른 문제에 부닥쳤다. 우리는 고통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슈 첸 추(47)는 아이 돌보기에 전념하기 위해 은행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택시운전을 하는 아버지 수입만으로는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페이 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작은 액수이지만 기부금도 들어왔다.
페이 샨이 세 살 때 부모는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감염을 우려한 의사는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17세가 됐지만 페이 샨의 얼굴과 팔다리는 통통한 젖살이 오른 채였다. 또 여전히 기저귀를 사용했다. 죽는 날까지 폐활량이 적어 산소마스크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소녀 페이 샨은 강인한 의지로 병마에 맞서 싸웠다. 그림 그리기와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그는 평생의 소원도 성취했다. 2014년 한 자선 콘서트에서 훌륭히 피아노 연주를 해내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끔 페이 샨이 나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냐고 물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우린 언제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라서 다른 거라고 대답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8세 생일 파티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던 페이 샨은 지난달 초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호흡 곤란으로 응급 처방용 모르핀 주사를 맞은 직후 그는 병원에서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7월 19일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페이 샨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장례식은 만화 캐릭터인 헬로 키티 테마로 밝게 치러졌다. 페이 샨은 목사의 집례로 천국문으로 인도됐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17년을 ‘100일 아기몸’에 갇혀 산 소녀, 십자가 발찌하고 예수님 사랑 전해
입력 2016-08-25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