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탁 칼럼] 다음세대를 위해 감사하는 삶을

입력 2016-08-26 20:40

4대째 신앙가문을 자랑하는 한 청년과 대화를 나눈 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목회자의 꿈을 가지고 성장한 그가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삶의 진로를 바꾸어버렸다고 했다. 물론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그의 성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를 통해 받은 후유증으로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미 기성교회의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모습과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목사님 제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입니다. 그로부터 25년 동안 교회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제가 깨달은 것은 위선자들인 목사님과 분쟁을 일으키는 장로님들, 원망에 가득 찬 직분자들과 남의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교인들뿐이라는 결론입니다.”

물론 교회에서 직접 그렇게 배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비추어진 성도들의 부정적인 삶의 모습으로 말미암아 신앙생활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 가운데에는 설교자에 대한 것도 있었다. “19세기의 학문을 공부한 20세기의 지도자들이 21세기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성경 말씀은 19세기나 20세기뿐만 아니라 30세기가 되어도 변함이 없는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떠난 사상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설교라면 더 이상 들을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은 단순한 가르침에 있지 않다. 성경대로 살아라,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말로써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참된 교육은 진정한 삶을 통한 가르침이어야 한다. 정규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꼭 필요하지만 비정규적인 교육과정이 중요하다. 물론 이 청년의 주장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우선적으로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복음 진리를 가르쳐야 하나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교육하는 일에 등한히 해서는 안 된다. 비방하거나 수군거리며, 불평이나 원망으로 남을 탓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삶의 모습이 결국 지켜보는 어린이들에게는 무언의 교육이 되어 하나님을 부인하며, 성경을 거부하는 자리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윤리와 도덕적인 설교도 필요하고, 철학이나 세상적인 논리를 가르침으로 정치나 사회적인 현상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절대적인 성경진리를 바르게 선포하며, 말씀대로 살게 하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 때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교회를 모른다. 사도 바울은 육에 속한 사람은 성령의 일을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고전 2:14).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소통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영적인 사역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물론 성령의 일을 알지도 못하는 그들을 따라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세상을 따라가다가는 하나님도, 세상도 모두 놓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청년의 지적처럼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성경 말씀을 따라가야 한다. 혹시라도 세상을 잃는 일이 생기고, 그러다가 순교를 하게 된다고 해도 능히 모든 것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여야 한다. 결코 세상도 잃고 하나님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되,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과 자녀들, 특히 교회의 다음세대들에게 바른 신앙생활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감사운동이 가장 절실한 때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윤탁 남대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