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카피라이터로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55)씨가 만든 서점 ‘최인아책방’이 지난 주 문을 열었다. 지하철 선릉역 7번 출구에서 선릉 방향으로 걷다 보면 4층짜리 적벽돌 건물이 하나 눈에 띄는데 그 건물 꼭대기 층에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린 뒤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깥세상과는 단숨에 단절되는 듯한 넓고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이 펼쳐진다. 아마도 국내에서 천장이 가장 높은 서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쪽 시야가 시원하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서점 한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최인아서점을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게 공간의 매력이다. 4층이라면 책방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건물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서점의 진득한 아날로그 감수성이 이를 상쇄한다. 최씨는 “책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에 사람들을 책방으로 오게 하려면 여러 가지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책방 공간이 주는 매력이 될 수 있다”며 “커머셜한 느낌을 되도록 안 주고 싶었고, 서재에 구경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고 24일 말했다.
책은 대부분 벽쪽으로 배치했다. 가운데엔 평대를 몇 개 놓았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이 헐렁한 편이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많다.
최인아책방의 서가 구성은 여느 서점과 다르다. 베스트셀러, 신간, 문학, 실용서, 이런 카테고리가 아예 없다. 대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고민할 때’ ‘불안한 이십대 시절, 용기와 인사이트를 준 책’ ‘특히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책’ ‘재미가 좀 부족하다면’ ‘당신이 중년 즈음이라면’ ‘쟁이들은 도대체 어떤 책을 사랑하는가’ 등 10여 가지의 주제를 제시하고 관련 도서들을 구비해 놓았다.
서가의 주제나 책은 최씨와 동업자인 정치헌씨(광고회사 더트라이브 대표)가 지인 140여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구성한 것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에는 추천카드가 한 장씩 들어있는데, 책을 추천한 이들이 추천의 이유를 간략하게 적어놓았다. 최씨는 “큐레이션이야말로 최인아책방의 핵심”이라면서 “서가의 질문들이 사람들을 책으로 데려다 준다. 책 속의 추천카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책장을 들추게 된다”고 말했다.
최인아책방은 다음 달 초부터 강의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선릉역 근처에 문 연 ‘최인아책방’ 가보니… 서재 구경온 것 같은 편안함
입력 2016-08-25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