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한겨레출판사)이라는 제목이 힌트를 준다. 작가가 남들처럼 살지 않았을 거라는. 하긴 ‘한국이 싫어서’ ‘표백’ ‘댓글부대 ’ 등 잇단 히트작을 낸 작가다. 더욱이 잘 다니던 신문사에 어느 날 사표를 던지고, 작가로서의 꿈에 도전하는 모험을 감행한 지 1년여 만에 성공을 거둔 소설가 장강명(41·사진)의 에세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에세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투가 겸손하거나 에둘러 표현해도 ‘나를 따르라’식 나르시즘적 경향이 엿보인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이 갖기 십상인 그런 태도가 없어 매력적이다. 너무 솔직하게 자신이 살아온 삶과 인간적 관계를 까발리기에 당혹감을 느낄 때도 있다.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에세이 형식이다. 뼈대만보자면 보라카이 신혼여행기다. 아내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또 현지 여행지에서 발생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 등을 시간 순서대로 자유롭게 써간다. 그러면서 적절한 순간, 과거로 날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슬쩍슬쩍 보여준다. 도시공학을 전공하다 수학공학에 좌절을 느껴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거듭된 실패에 건설사에 취직하지만 거기서도 얼마 못가 그만두고야 말았던 시절 등.
거기에 ‘한국 사회 비평’의 매운 양념을 간간이 쳤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뒷맛이 얼얼한 이유다. 사실 여행 한 번 가면서도 우리 사회의 가치관, 관습적 문화 등에 질문을 던질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작가는 외교부의 나라별 여행경보제도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서 이게 좋은 제도이면서도 자식을 과보호하는 부모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말한다. “자식이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살지 않을 때, 거기에 부모가 반대할 권리가 없다.” 자식이 안전한 길을 걷기를 바랐던 부모와의 언쟁 등 개인적 경험을 숨김없이 드러내기에 그의 주장이 와 닿는다.
한국의 결혼문화에 대해서도 질타한다. ‘부모들의 위선과 허영에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한 미친 짓거리’ ‘모금행사로 여기는 결혼식 문화’라고 잘라 말한다. 기실, 그는 결혼식도 없이 마포구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순댓국 먹는 것으로 끝냈으니 말 따로 주장 따로의 위선은 없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젊은 부부의 신혼여행 분투기’라고 소개한다. 정확히는 한국살이 분투기라 쓰는 게 맞을 듯하다. 장편 ‘한국의 싫어서’는 사실 이들 부부가 모델이 됐다. 여주인공이 시민권 취득을 목표로 호주로 유학을 떠난다는 설정은 지금의 아내 HJ의 얘기이며 그런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는 남자는 장강명의 스토리다. 그런 그들이 관습에 쿨하게 저항하며 한국을 떠나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좌충우돌 신혼여행… 어쩌면 인생과 닮았다
입력 2016-08-25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