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쟁 추경’ 해도 너무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예산 빼는 협상안도 등장

입력 2016-08-25 04:02
구조조정 지원과 실업 대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갈 곳을 잃었다. 조선·해운업 부실 원인 진상규명을 위한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서면서 추경안에서 청문회와 관련되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예산 1조4000억원만 제외하자는 안까지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를 둘러싼 정쟁이 추경을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추경 예산안 처리에 관한 여야 간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추경 예산안 11조원 중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수혈키로 한 1조4000억원을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예산만 통과시키는 방안이 검토됐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대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예산, 지방재정 보강 예산 등을 위한 8조6000억원을 먼저 처리한 뒤 1조4000억원은 청문회 합의 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자는 아이디어로 야당 측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서별관회의의 주요 참석자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워 진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또다시 국책은행에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런 식으로 한다면 추경을 할 의미가 없다”며 일축했지만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지역경기 활성화와 실업자 구제에 쓰일 추경을 전액 무산시키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민생·일자리를 위해 하자는 건데 1조4000억원이 없으면 추경을 할 의미가 없다는 정부 입장은 결국 산은·수은 지원을 위해 추경을 하려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최악의 경우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먼저 요구해 마련된 추경안을 국회에서 무산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제출된 안대로 바로 통과돼도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늦어졌다는 우려도 높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편성 논의를 위해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추경은 타이밍”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 추석 전에 빨리 집행되기 시작해야 4개월 동안 계획된 사업들을 완료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세종=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