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절반이 사라졌다”… 伊중부 강진에 최소 38명 사망

입력 2016-08-24 18:22 수정 2016-08-24 21:18
이탈리아 중부 도시 아마트리체에서 24일(현지시간)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무너졌다. 구조대원들이 여성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이탈리아 중부에서 24일(현지시간)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38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안사(ANSA)통신 등이 보도했다. 움브리아주 주도 페루자 인근에서 이날 오전 3시36분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최소 39차례나 이어졌다. 발생 지역이 산악 지형이기 때문에 추가 산사태 가능성도 크다. 인명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앙은 중세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페루자에서 남동쪽으로 76㎞, 스키장과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라퀼라에서 남서쪽으로 44㎞가량 떨어진 내륙 노르차 지역이다. 진원의 깊이도 10㎞로 얕은 편이었다. 중부 움브리아·라치오·마르케 등 3개주가 경계선을 맞댄 산악 마을에서 피해가 집중 발생했다. 새벽시간대 발생한 지진으로 자고 있던 주민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무너진 집채 더미 아래에서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

특히 라치오주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의 피해가 컸다. 마을 전체가 먼지로 뒤덮였고 가스가 누출돼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세르지오 피로치 아마트리체 시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마을의 절반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며 “산사태가 일어났고 다리가 붕괴돼 마을이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날이 밝은 뒤 주민들까지 삽과 맨손으로 구조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휴가를 갔던 이 지역 의료진도 모두 업무에 복귀해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아쿠몰리에선 부모와 두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머물던 주택이 무너진 뒤 실종됐다. 진앙 노르차에선 역사 유물과 건물이 무너졌지만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앙에서 남쪽으로 170㎞ 떨어져 있는 수도 로마에서도 초진이 발생했을 당시 건물이 20여초 동안 흔들리고 큰 진동이 느껴졌다고 안사통신은 덧붙였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대변인은 지진 발생 직후 트위터에 “정부가 지방 당국과 긴밀히 연락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정례 연설에서 “지진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연대하고 있다”고 슬픈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에 피해를 본 지역은 2009년에도 규모 6.3의 지진이 닥쳐 295명이 숨졌다. 이탈리아는 유럽 중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로 나폴리 인근 베수비오 화산, 시칠리아섬의 에트나 화산이 활동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