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테러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대(對)테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 감시가 강화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최근 잇따라 테러가 일어난 독일과 프랑스는 페이스북의 왓츠앱, 텔레그램 등 암호화 메신저를 규제하는 방안을 EU에 제안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독일·프랑스의 내무부 장관은 “암호화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가 테러단체의 통신을 감시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테러단체들은 텔레그램으로 범행을 공모한다”며 “이 내용은 해독해야 하며 법적 증거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기업을 감시하는 규제안은 거부감이 크다. 독일과 프랑스는 국적에 관계없이 기업들이 협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기업인 페이스북과 러시아 기업인 텔레그램에 강요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달 2차례의 테러를 겪은 독일은 가장 과격한 대테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독일 정부는 공항, 기차역에 설치된 카메라에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10일치 식량과 5일치 물을 비축하도록 하는 민방위 지침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월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배낭 반입이 금지된다.
독일인은 정부 조치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과거 나치 비밀경찰 시대를 겪어 어떤 형태로든 감시가 늘어나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독일 동맹90/녹색당은 “섣부르다”며 “테러를 일으킨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이후 처음 수정되는 민방위 계획에도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에 동요한 시민들이 식량 사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독일 좌파당은 “새 민방위 계획은 사람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며 “10일치의 식량을 비축하는 것이 테러나 군사적 공격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네티즌들은 문을 연 지 2시간 만에 손님이 휩쓸고 가 난장판이 된 슈퍼마켓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정부 정책을 비꼬기도 했다.
프랑스 역시 해변에서 부르키니(무슬림 여성이 입는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까지 부르키니 금지 도입에 가세해 ‘감시 대 자유’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식량비축이 테러예방?”… 유럽, 반테러 조치에 반발 커져
입력 2016-08-24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