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北… ‘核능력’ 과시로 국면전환 시도

입력 2016-08-25 00:29

북한이 24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 지형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SLBM 전력화에 근접, 한반도 전역과 태평양 미군기지까지 타격권에 두고 있음을 과시했다. 더불어 대북 제재 하에 잇따른 탈북 등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수습하고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SLBM 발사는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빌미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UFG 연습 사흘째에 이뤄진 만큼 SLBM 발사는 한·미 양국의 군사 공조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의미다.

SLBM 시험발사 성공에 따른 핵능력 강화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업적으로 최대한 활용해 내부 동요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두 기치인 ‘핵 무장과 자강경제’ 중 경제적 압박으로 인한 잡음을 군사적 성과로 덮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복합적인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SLBM 발사가 이뤄진 데다 점차 실험 간격이 짧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꾸준히 가속화된 북한의 핵무력 강화가 확고한 로드맵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 사드 배치를 계기로 동북아 안보 정세가 요동치는 현 시점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의 ‘핵보유’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드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한 대북 공조에서 다소 미온적인 태도로 선회함에 따라 탄도미사일이나 SLBM에 대한 유엔의 추가적인 대북 조치가 나오기 쉽지 않은 맹점을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SLBM을 불완전한 형태로라도 우선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개된 정식 발사실험 없이 2007년 실전배치부터 이뤄졌던 무수단 미사일의 전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북한식 전력 구축 방식에 따라 향후 짧은 기간 내 수차례 정확도 시험을 추가 실시한 뒤 실전배치하는 마무리 단계를 밟을 전망이다.

북한의 SLBM은 현재 2000t급 신포함에 1발을 장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신포급보다 규모가 큰 신형 잠수함이 제작 단계에 들어갔다는 첩보도 있다. 일단 잠수함 한 척에 적어도 3∼4발을 장착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연구·개발 진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초의 원자력 전략미사일 잠수함인 시아급(6500t급) 잠수함은 SLBM 12발을 탑재하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중국 수준의 SLBM 전력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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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