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 모델은 신한금융?

입력 2016-08-25 00:45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쪼개 팔기로 하면서 민영화 이후 명실상부한 민간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官)의 입김에 휘둘려 왔던 우리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이번 지분 입찰에 참여하는 과점(寡占)주주들이 선임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은행으로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4일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51.06%(3억4514만2556주) 가운데 30%(2억280만주)를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를 냈다. 입찰에 참여할 투자자는 다음 달 23일 오후 5시까지 투자의향서를 내야 한다. 매각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JP모간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지분 쪼개 팔기가 성공해 민간 과점주주 체제가 안착하면 신한금융지주의 모습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새로 구성될 우리은행 이사회는 신한금융 모델처럼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도 과점주주들이 이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다수의 과점주주가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체제다. 재일교포 지분이 17∼20%가량이고 국민연금(9.25%), BNP파리바(5.35%), 우리사주조합(4.49%) 등이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9명 가운데 4명은 재일교포이고, 1명은 BNP파리바 일본 총괄대표다. 나머지 5명 중 3명은 회장후보추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일교포 출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한은행은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이사회가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시켰다.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도 이와 비슷하다. 신규 지분 4% 이상을 낙찰받는 투자자에게는 사외이사를 1명 선임하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4% 지분에는 사외이사 1명, 8%에는 2명을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사회가 너무 방대해질 수 있어 임기에 차별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점주주의 사외이사들은 차기 은행장 선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예보가 21%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게 되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우리은행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과 해외 국부펀드 등이 주주로 참여할 경우 경영의 안정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과점주주들 간의 의견조율 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외풍에 휘둘리거나 경영진에 대해 제 목소리를 못 내던 기존 금융지주 이사회와는 달라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를 우리은행이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