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파워·외압 ‘3중 장애물’을 뚫어라

입력 2016-08-24 18:10 수정 2016-08-24 21:00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2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의혹을 동시에 수사한다. 구성찬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동시 수사에 착수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 앞에는 3중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촉박하고, 조사 대상은 사정기관 책임자와 유력 언론사인 데다 수사 독립성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일단 수사팀의 가장 큰 적은 ‘시간’으로 평가된다. 우병우(49) 민정수석에 대한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 건인 가족기업 ㈜정강 관련 횡령 혐의, 의경인 아들의 보직 변경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 초반 결정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 확보가 관건이다. 이 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사 대상자들이 관련 자료를 없애거나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기간이 늘어질 경우 수사 진행상황에 대한 청와대나 야당 등 정치권의 외압이 거세질 수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팀에 신속한 수사를 당부한 이유도 외압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조사대상 면면이 모두 거물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현 정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이 직접 조사대상이고, 청와대의 눈길도 부담스럽다. 이 감찰관의 누설 의혹도 감찰내용 유출을 처음 보도한 MBC와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A일보 등 유력 언론, 기자들을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 그러나 기자의 이메일이나 기사 서버 등을 조사하기 위한 언론사 압수수색 영장이 제대로 집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 윤 팀장은 “어려움은 수사 때마다 있었고, 수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의 독립성과 보안유지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공식적인 자리 외에도 직간접적인 통로가 많다. 그러나 윤 팀장은 24일 “수사 상황이 공개돼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보고는 제한적인 선에 그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팀이 조사할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이 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한 2건 이외에 몇 가지 더 있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1300억원대 강남 빌딩 거래 과정, 우 수석 처가의 기흥컨트리클럽 인근 땅 차명보유 및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이 추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우 수석이 진경준(49·구속기소) 전 검사장 승진 시 ‘넥슨주식 대박 사건’을 알고도 부실하게 검증했거나 비리를 묵인했다는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 이 감찰관과 관련해서는 특정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수사 핵심이다. 수사팀은 크게 우 수석과 이 감찰관을 조사하는 팀으로 나눠 동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윤 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김석우(44·연수원 27기) 특수2부장을 중심으로 특수2부와 특수3부, 조사부 검사, 일부 파견 검사 등 11명으로 수사팀을 구성했다. 공보 업무는 이헌상(49·연수원 23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맡는다.

윤 팀장은 우 수석과 연수원 동기다. 그러나 우 수석보다는 성균관대 법대 선배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특수2부장도 황 총리와 인연이 있다. 그는 황 총리가 법무장관 시절 ‘역점 사업’으로 진행했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이 차장과 이 감찰관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특검에 각각 파견검사와 특검보로 임명돼 함께 일했다. 당시 파견검사인 이 차장이 상관이었던 이 감찰관을 조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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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황인호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