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이 왔다… 기업 절반 남짓 “학력보다 자격”

입력 2016-08-25 04:00



국내 주요 그룹과 금융권의 하반기 공채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 기업들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채용 트렌드에 따라 입사지원 시 불필요한 인적사항 요구는 줄고 직무 관련 항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력보다 직무능력 중시”

대한상의와 고용노동부는 518개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6월 14일∼7월 6일 ‘기업 채용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인사 담당자들은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에 대해 54.9%가 ‘자격사항(직무능력)’이라고 답했다. 학력(34.8%)과 인턴경력(28.0%) 등이 뒤를 이었다. 학력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나 자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데 무관한 인적사항 기입란은 입사지원서에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키·몸무게·혈액형 등을 적도록 하는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줄었고, 가족관계를 쓰도록 하는 기업도 78.8%로 6% 포인트가량 감소했다.

대신 직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을 중심으로 기업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소위 ‘8대 스펙’(학력·학점·어학점수·어학연수·자격사항·공모전·인턴경력·사회봉사)으로 불리는 항목 중 공모전 참여 경험과 인턴경력을 요구하는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또 기업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직원 채용 시 공개채용 비율은 줄고 수시채용을 병행하는 비율은 커졌다. 37.6%의 기업이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한다고 응답했고, 공개채용만 진행한다는 기업은 13.3%에 그쳤다. 48.8%는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충당한다고 답했다. 취업 포털 ‘사람인’ 이상돈 본부장은 “하반기 신입채용 트렌드는 한마디로 직무적합성 평가로 볼 수 있다”며 “기업들이 면접전형을 통해 지원자의 실무 역량과 직무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 공채 8월 말부터 시작

삼성·현대·LG·SK 등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의 하반기 공채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삼성은 내달 9일부터 20일까지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입사지원서를 접수한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학점 제한을 없애고 직무적합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원서에 기재된 전공과목 이수 내역, 활동경험, 에세이 등을 평가해 10월 16일로 예정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응시 자격을 부여한다.

LG그룹의 각 계열사는 9월 1일부터 채용 문을 연다. 마감일은 계열사별로 다르다. 2014년부터 과도한 스펙 경쟁을 막기 위해 어학점수 및 해외연수, 자격증, 수상경력, 인턴 등 스펙 관련 입력란을 없앴다. LG전자 인사 담당자는 “정형화된 포맷으로 과장되게 자기를 소개하기보다 본인 이야기를 담백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며 “본인의 비전이 구체적으로 표현돼야 하고, 회사의 주요 사업 방향과도 연관되게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달 1일부터 공채를 시작하는 SK그룹도 지난해부터 스펙 관련 항목을 대폭 없앴다.

현대차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하반기 공채 접수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전형에 앞서 25∼26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채용정보 제공을 위한 박람회를 진행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KB국민은행 등 금융권도 이달 말부터 공채 문을 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