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해저 침투 땐 탐지 불가능… 괌도 사정권

입력 2016-08-25 04:28

북한이 24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에 사실상 성공함으로써 북한 SLBM 위협 현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행시험 성공은 SLBM 개발의 마지막 단계다. 조만간 실전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지대지 미사일에 이어 새로운 핵 운반수단을 갖추게 됐다.

특히 이번에 발사된 SLBM은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최대 2000㎞ 이상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초 지시한 핵 투발수단의 다종화·다양화를 달성한 것은 물론 가장 위험한 전략무기로 꼽히는 SLBM을 확보해 핵위협 수준을 한층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SLBM이 잠수함에 탑재돼 물속으로 들어가면 첨단 군사위성으로도 탐지가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날아와 공격할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가장 위험한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발사한 SLBM의 비행거리는 500㎞였지만 일본을 의식해 고각도로 발사해 실제 사거리는 이보다 훨씬 길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시험발사 시 최대 사거리의 60∼70%를 목표로 발사한다”며 “여기에 고체엔진 추진력을 높이면 2000㎞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 잠수함이 남해와 동해로 접근해 발사하면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가고,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이 파견되는 일본 오키나와 및 태평양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SLBM은 최고 고도 400㎞ 이상으로 올라갔다 낙하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도 일단 안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SLBM은 구 소련의 SLBM R-27을 개량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변형시킨 것이다. 탄두 중량이 650㎏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1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4월 SLBM을 시험발사한 것은 핵탄두 소형화와 운반수단인 SLBM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례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SLBM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8일 SLBM 수중 사출시험을 처음 실시한 지 불과 1년3개월 만에 비행시험까지 성공하자 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군이 예상한 것보다 기술 진전 속도가 빠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탓이다. 군 관계자는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당초 북한이 SLBM을 실전배치하는 데 3∼4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해외 전문가들은 1∼2년 내 시험발사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월 북한이 처음으로 SLBM을 발사했을 때는 미사일 동체가 3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12월에는 거의 수직으로 발사해 로켓 점화 단계의 자세제어 기술이 안정화됐음을 보여줬다. 올 4월 발사 시에는 비행거리가 30㎞였다. 군은 발사 실패로 규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행거리 시험이 아닌 로켓 단 분리 시험과 설정된 고도에서 핵탄두 기폭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 정부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SLBM 능력이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선 로켓 단 분리를 안정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탄두 기폭장치 성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기술을 낮게 평가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북한이 올해 실시한 사거리 35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이어 실패하자 국방부는 무수단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6월 22일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해 최고 고도 1400여㎞에 이르게 하는 등 기술적인 진전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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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