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열대과일 주렁주렁… 24시간內 마트로

입력 2016-08-25 00:07
냉장 유통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이 최근 국내에서 재배된 생무화과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도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전남 영암 작업장에서 수확된 무화과 열매들이 24일 박스 포장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전남 영암의 한 무화과 농가 작업자가 국내산 무화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롯데마트 제공

24일 찾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무화과 재배 농가. 2m 높이의 무화과나무가 뜨거운 태양 아래 초록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태풍 없이 유독 강렬했던 폭염 탓에 무화과나무 잎은 무성했고, 이파리 사이로 주먹 크기만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수확을 마친 무화과들은 한여름에도 14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창고에서 까다로운 선별 작업을 거쳐 ‘원산지: 전남 영암(국내산)’ 스티커가 붙으며 상품으로 탄생했다.

성경 구절에 자주 등장하는 무화과는 호남 지역 외 일부 소비자들에겐 ‘수입산 과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무화과는 30년 넘게 국내에서 재배된 ‘국산 과일’이다. 무화과 농가를 운영 중인 김종팔(66)씨는 ‘국산 무화과 재배 1세대’다. 1973년부터 무화과를 재배했지만 당시만 해도 유통채널이 없어 인근 지역에서만 판매했다. 무화과는 수확 직후 선도가 쉽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당시 국내에서 접할 수 있었던 무화과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생산된 ‘말린 무화과’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콜드 체인 시스템(냉장 유통 시스템)’이 갖춰져 국내에서 재배된 생무화과를 대형마트에서도 신선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산지에서 마트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선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롯데마트는 입고 된 지 하루가 지난 무화과는 전량 폐기한다. 김씨는 “외국산 무화과보다 맛이 우수한 국내 무화과를 전국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항산화 작용 등 효능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타자 무화과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 무화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배 이상 신장했다.

무화과뿐 아니라 국내에서 수입 과일로 알려진 품종 상당수는 이미 국내에서 재배된 국산 과일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품종은 멜론이다. 멜론은 국내에서 30년 넘게 재배되면서 국산화 정착에 성공한 과일로 꼽힌다. 수박과 맛이 유사해 ‘수박은 국산, 멜론은 수입산’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만나는 멜론 상당수는 국산 멜론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멜론 중 95%는 국내에서 재배된 물량일 정도다. 오히려 남원 멜론, 곡성 멜론 등은 해외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패션프루트’도 ‘백향과’(100가지 향이 나는 과일)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다. 검붉은색의 둥근 모양인 패션프루트는 쪼개면 씨가 많이 들어 있고 오렌지색 과육이 특징인 과일이다. 브라질이 원산지이며 고급 호텔에서 디저트로 제공되는 과일로 인식돼 수입산 고급 이미지가 특히 강했던 품종이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워 대만 등 열대기후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먹어봐야 할 과일로 꼽힐 정도였다.

패션프루트는 현재 제주도뿐 아니라 경기도 평택, 충남 천안, 충북 진천 등으로 재배지가 확대되며 ‘국산 과일’로 변모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2014년부터 백향과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1609.5%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국내에서 재배된 물량은 냉동이 아닌 생과로 접할 수 있다. 영암=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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